신유진, 프랑스 누보로망과 나탈리 사로트의 문학적 혁신 조명

작가 신유진은 20세기 중반 유럽 문학이 직면한 위기와 그로부터 비롯된 새로운 문학 운동을 분석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전체주의를 거치며 인간의 이성과 서사의 질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시대, 프랑스 작가들은 전통 소설의 틀을 해체하는 '누보로망'(새로운 소설)을 창조했다.

특히 나탈리 사로트는 플롯과 구조 해체에 그치지 않고 언어 자체를 의심했다. 그는 구어만이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각을 담아낼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를 '트로피슘'이라 명명했다. 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현상에서 빌려온 이 개념은 의식 이전의 본능적 움직임, 규정할 수 없는 감각을 지칭한다.

사로트가 추구한 글쓰기는 감각을 물리학적 운동으로 포착하는 방식이었다. 압력, 저항, 밀고 당김 같은 역학적 힘으로 표현되는 감각은 고정된 의미로 환원될 수 없으며, 이러한 실험은 아직 말할 수 없었던 새로운 내면을 탄생시키는 문학의 본질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