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분석한 영화 '살인자 리포트'의 심리학적 의미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아내의 성폭행 트라우마로 인한 극단적 선택 이후 복수에 집착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이영훈은 법이 주지 못한 정의를 자신의 손으로 구현하려는 '전능 환상'에 빠져 내담자들의 복수를 대행하게 된다.

트라우마의 본질은 '통제권의 박탈'이며, 가해자의 응보적 정의는 피해자에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영훈은 사법 체계가 주지 못한 통제권을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치유는 복수가 아니라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와 무관한 기억으로 내면을 채우는 과정이다. 복수에 집착할수록 피해자의 삶은 가해자를 중심으로 회전하게 되며, 진정한 승리는 가해자가 내 인생의 결말을 쓰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