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코디네이션 게임으로 본 정도전의 리더십 실패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경제학의 '코디네이션 게임' 개념으로 조선 건국 초 정도전의 역사적 패배를 분석했다. 정도전은 임금이 권력을 내려놓고 재상이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입헌군주제를 제시했으나, 당시 조선의 엘리트들은 경험해본 적 없는 제도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반면 이방원이 제시한 기존의 왕권 세습 체제는 익숙하고 예측 가능했기에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었다.

코디네이션 게임의 성공 사례로는 한강의 기적이 있다. 고도 성장기 한국 정부는 자동차, 주유소, 정비소 산업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하며 각 산업에 투자를 설득했다. 정부의 명확한 약속과 리더십이 상호 신뢰를 형성해 경제 발전을 이뤘으며, 전 세계 개발도상국 중 한국만이 이를 성공시켰다.

성공적인 리더가 되려면 뛰어난 개인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도전은 천재적 학자였지만 당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믿음을 주지 못했고, 입헌군주제가 조선에 정착하려면 영국처럼 500년의 갈등이 필요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