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동적 안정성' 기술관, 한국의 새로운 방향 제시

미·중 기술 경쟁 시대에 유럽, 특히 네덜란드는 '더 빠른 기술'보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기술'을 설계해왔다. 미국이 기술을 혁신과 경쟁 우위의 수단으로 보는 반면, 유럽은 위기에서도 사회 시스템을 유지·조정하는 공공적 장치로 다룬다.

이를 '역동적 안정성'이라 하는데, 이는 변화를 억제하는 복원력이 아니라 위기에서도 기존 자원을 재정의해 새로운 안정 상태로 전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KLM 등 유럽 항공사들이 여객 공간을 화물 운송으로 전환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이는 평소 제도와 설계 차원에서 전환 가능성을 축적한 결과였다.

한국은 빠른 상용화와 단기 성과에 강점을 보였으나 위기 상황에서의 전환 여지와 사회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기술 경쟁이 격화할수록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앞서 있는가'가 아니라 '격변 속에서도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이며, 유럽의 역동적 안정성은 한국이 다음 단계의 기술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