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겨울 이야기'에서 찾는 시간의 치유력

셰익스피어의 후기작 '겨울 이야기'는 의심에 사로잡힌 왕이 왕비를 투옥하고 공주를 황야에 버리는 비극으로 시작된다. 왕비와 왕자는 충격으로 죽고,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작품의 후반부에 '시간'이라는 등장인물이 나타나 16년의 세월이 흘렀음을 선언한다. 황야에 버려졌던 공주는 목동의 딸로 성장했고, 봄이 되어 연인과 함께 아버지를 만난다.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마저 살아 나타나 남편을 용서하고 가족이 재회하는 낭만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셰익스피어는 초기 비극처럼 복수극으로 전개하지 않고 인간의 혼돈을 해결하는 시간의 힘을 선택했다. 물가 폭등과 권력 투쟁으로 을씨년스럽던 시대, 말년의 작가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봄의 희망을 전하려 했을 것이다.